◆ 급팽창하는 치매산업 ② ◆

지난 9일 점심 때 찾은 서울 강남구 치매안심센터. 중장년층에 익숙한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이 울려퍼지는 강의실에서 치매 예방 음악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수업 참가자들은 막대기를 하나씩 쥐고 각자 담당한 음계가 나올 때마다 모니터를 향해 막대기를 던지는 시늉을 했다. 처음에는 난도가 낮아 모두 90점 이상을 받았지만 화음이 들어가고 구조가 복잡해지자 실수가 속출했다. 막대기를 쥐고 휘둘렀던 오른쪽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세 곡을 다 부르고 난 뒤 "진짜 잘하시네요. 저는 한 박자씩 늦던데" "너무 집중하다 보면 실수하더라고요. 즐기면서 하면 더 잘됩니다" 등 기분 좋은 대화가 이어졌다.

치매 예방을 위해 뇌를 자극하는 한편 자기도 모르는 새 운동이 되고 사회적 관계도 맺는 수업이라는 게 센터 측 설명이었다. 마침 센터를 방문한 날 3D 가상현실을 활용해 뇌를 자극하는 프로그램 시연회도 열렸다. 3D 안경을 착용한 뒤 가상의 저택 거실에 놓여 있는 양초, 탁상시계, 카메라, 구두, 장갑, 망치 등을 기억했다가 숨겨진 장소로 가서 찾아내는 시뮬레이션 게임 `HOT(Hidden Object Test)`였다.

또 가상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주인공의 지인 여섯 명이 사는 지역과 직업, 취미, 준비한 선물 등을 기억했다가 파티가 끝난 후 문제를 푸는 `SEMT(Social Event Memory Test)` 프로그램도 선보였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경도인지장애 환자 기억력 증진을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이제는 치매 예방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남구 치매안심센터는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천명하면서 가장 바빠진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치매 관리의 `허브`가 될 치매안심센터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담당자들이 방문해 시설과 서비스 등 운영 노하우를 배워가고 있다.

[기획취재팀 = 신찬옥 기자(팀장) / 김혜순 기자 /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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